책/소설
파과 - 구병모 (위즈덤 하우스)
럭키맨2
2022. 11. 20. 18:25
파과
한국 소설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60대 여성 킬러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여성 서사를 써내려가며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구병모의 소설 『파과』를 다시 만나본다. 40여 년간 날카롭고 냉혹하게 청부 살인을 업으로 삼아온 60대 여성 킬러 ‘조각(爪角)’. 한때 ‘손톱’으로 불리던 그녀는 40여 년간 청부 살인을 업으로 삼으며, 날카롭고 빈틈없는 깔끔한 마무리로 방역 작업을 처리해왔다. 하지만 몸도 기억도 예전 같지 않게 삐걱거리면서 이제는 퇴물 취급을 받는다. 노화와 쇠잔의 과정을 겪으며, 지켜야 할 건 만들지 말자고 평생을 되뇌어온 조각의 마음속에 어느새 지키고 싶은 것들이 하나둘 생겨난다. 버려진 늙은 개를 데려다 키우는가 하면, 청부 살인 의뢰인의 눈에서 슬픔과 공허를 발견한다. 삶의 희로애락을 외면하고 살아온 조각의 눈에 타인의 고통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연민으로 조각의 마음에 온기가 스며드는데…….
- 저자
- 구병모
- 출판
- 위즈덤하우스
- 출판일
- 2018.04.16
65세 여성 살인청부업자 이야기
오랜만에 읽은 소설
복숭아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꼭지와 머리에 날염한 듯한 홍조를 띠고 분홍에서 하양까지 바림이 이루어진 얇은 껍질은 벨벳 같으며 표면의 보송보송한 솜털도 과육에서 풍겨 나오는 달콤한 향을 가리지 못하는데 그 냄새에 콧속이 자극되어 혀끝에 남아 있던 미소의 쓴맛이 조금씩 지워지기 시작한다.
보드라운 잔털이 입술을 간질이더니 한 입 베어 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가에 붉은 두드러기가 돋는다. 수밀도의 풍부한 과즙이 턱을 타고 떨어져 내려선 손금을 따라 흐르더니 손목에 찬 롤렉스 시곗줄에 잠깐 고였다가 팔에 질척한 선을 그어 내려가선 팔꿈치까지 걷은 드레스 셔츠 소매를 적신다.